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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살 나이 차 극복한 그들의 우정…도대체 무슨 사연이?[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알다브라육지거북 ‘장수’(오른쪽)와 설가타육지거북이 지난 22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쥬랜드)의 사육장에서 놀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그의 나이는 107살이다. 1915년 태어났으니까, 유관순 열사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때 그는 4살이었다. 그는 그때 인도양의 열대 섬나라 세이셸의 알다브라섬에 있었다.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다.지난 22일 오후 그를 만나러 갔다. 현재 그가 사는 곳은 대전 중구 오월드(놀이시설·동물원·꽃동산 등이 있는 테마공원) 내 동물원의 사육장이다. 나는 그를 알아봤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하다. 그는 거북이니까.2010년 3월 1일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에서 세이셸 정부 측이 알다브라육지거북 2마리를 대전시에 특별기증하는 모습. 대전시 제공인도양 섬나라에서 1만2800㎞ 떨어진 대전으로 와서 신혼생활그와 나의 인연은 꽤 길다. 2010년 초 나는 취재를 위해 그의 고향인 세이셸에 갔었다. 현지의 알다브라육지거북 집단 서식지도 직접 가봤다. 알다브라육지거북은 세계자원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놓은 거북이다. 당시 세이셸 정부 측이 수놈인 그와 그의 짝이 될 암놈을 대전시에 특별기증했다.기증식 자리에서 나는 그와 첫 대면을 했다. 그해 3월, 그와 그의 짝은 비행기와 무진동차량 등을 갈아타며 약 1만2800㎞를 이동해 대전에 왔다. 그는 그해 겨울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얀 눈을 보기도 했다. 나는 그가 대전에 온 이후 수시로 동물원에 가서 그를 만나 인사를 나누곤 했다.2010년 2월 세이셸의 알다브라육지거북 집단 서식지 모습. 윤희일 선임기자동물원 측은 그에게 ‘장수’라는 이름을, 그의 짝에게 ‘무병’이라는 이름을 각각 붙여줬다. 둘은 사이가 좋았다. 둘은 함께 움직였고, 함께 먹었고, 자주 사랑도 나눴다. 그러면서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랬다. 사람들은 그들 사이에서 2세가 태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2세는 태어나지 않았다.“알다브라육지거북은 원래 수놈의 수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마리의 암놈에 여러 마리의 수놈이 있어야 2세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수놈 1마리와 암놈 1마리만 살아가는 상황에서는 2세를 보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송주영 사육사·47)2010년 2월 세이셸 알다브라육지거북 집단서식지에서 암수 알다브라육지거북이 교미를 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2세도 못본 채 사별…91살 아래 친구 만나2세도 생기지 않았는데, 이들 부부에게 이별이 닥쳤다. 암놈인 무병이 자신의 이름과 달리 2020년 병(폐출혈 등)으로 숨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병이 숨질 당시 나이는 93살이었다.동물원 측은 쓸쓸하게 혼자 생활하게 된 장수에게 친구를 마련해 줬다. 동물원 측은 다른 설가타육지거북들과 자주 싸우며 적응하지 못하던 수놈 설가타육지거북(이름은 따로 없음) 1마리를 들여다 장수의 사육장에 넣었다. 장수는 2006년생으로 91살 아래인 설가타육지거북과 신통하게도 친하게 지냈다. “설가타육지거북도 세계자원보전연맹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거북”이라고 송 사육사는 설명했다.지난 22일 동물원을 방문했을 때도 둘은 사육장 안에 나란히 엎드려 서로를 바라보면서 속삭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송 사육사는 “둘은 먹이로 준 과일이나 채소를 사이좋게 나눠먹는 등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91살의 엄청난 나이 차이를 극복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장수와 설가타육지거북은 과일과 채소를 주로 먹는다. 사과·귤·오렌지·참외·감 등의 과일과 배추·양배추 등의 채소를 좋아한다. 동물원 관계자는 “어떤 날은 많은 양의 과일과 채소를 먹고 어떤 날은 거의 먹지 않는 등 하루 식사의 양에 편차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동물원 측이 장수와 설가타육지거북을 관리하는 데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은 온도다.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두 거북이는 추위에 아주 약하다. 동물원 측은 그래서 겨울에도 사육장 온도를 27~28도로 맞춰준다.장수는 오월드 동물원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중년에 불과하다. 알다브라육지거북은 보통 150살에서 200살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앞으로 90년은 더 살면서 우리의 증손자·증손녀와 교류할 수도그는 앞으로 90년 이상을 더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30대인 시민을 기준으로 하면, 이 시민의 손녀·손자 또는 증손녀·증손자까지 장수와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평균 수명이 10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그의 친구 설가타육지거북 역시 비슷한 시기까지 살아갈 수 있다.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책임이 부여됐다. 한국과 세이셸 두 나라 사이의 ‘우호의 징표’이면서 멸종위기종인 장수와 역시 멸종위기종인 설카타육지거북을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알다브라육지거북 등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의 경우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데 주력하기 보다는 원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종을 보존하려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취재를 마치고 장수와 헤어지면서 한마디 남겼다.“언젠가 내 손자·손녀도 여기에 올 텐데, 그때도 잘 부탁해.”지난 22일 대전 오월드 직원이 알다브라육지거북과 설가타육지거북의 생육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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